저도 처음 차를 샀을 때 보험료가 아까워서 대물보상을 5억으로 낮춰서 가입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출고한 지 한 달도 안 된 3500cc 수입차를 몰고 가다가 4중 추돌사고의 피해자가 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험은 사고 안 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요즘 길거리에 1억 원 넘는 벤틀리, 롤스로이스가 흔한 시대에 보험 설정 하나 잘못하면 인생이 꼬일 수 있거든요.

종합보험과 책임보험의 차이
자동차를 구매하려면 반드시 보험 가입 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차량관리사업소에서 등록할 때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거든요. 여기서 보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종합보험과 책임보험입니다.
책임보험은 법적으로 의무가입이 필요한 최소한의 보험입니다. 여기서 '책임보험'이란 타인의 신체나 재산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만 보장하는 보험을 의미합니다. 차량 등록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보상 한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책임보험만 가입한 차량과 사고가 났다면, 상대방 차량의 보험사가 제대로 된 보상을 해줄 수 없습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10대 중 2대는 책임보험만 가입되어 있습니다(출처: 손해보험협회). 특히 배달 오토바이나 단기 운행 목적의 차량들이 보험료 부담 때문에 책임보험만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합보험 연 150만 원과 책임보험 연 40만 원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사고가 나면 그 차이는 몇천만 원, 심지어 몇억 원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책임보험 차량을 통칭해서 '무보험차'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무보험차(Uninsured Vehicle)란 법적으로는 보험에 가입했지만, 실질적인 보상 능력이 없는 차량을 뜻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무보험은 아니지만, 사고 시 보상이 안 된다는 점에서 무보험이나 마찬가지인 거죠.
대물대인 보상한도 설정의 중요성
종합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보험 설계 시 가장 중요한 건 대물보상과 대인보상 한도를 최대로 설정하는 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대물보상을 5억에서 20억으로 올려도 연간 보험료 차이가 5만 원도 안 됩니다.
저는 간선도로에서 급제동 상황을 늦게 발견한 앞차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다행히 충돌은 피했습니다. 그런데 5초 후 뒤에서 쿵 하는 엄청난 굉음이 들렸고, 3초 뒤 제 차가 앞으로 밀리며 뒷범퍼가 파손됐습니다. 가장 뒤에 있던 차량이 핸드폰을 보다가 급제동 신호를 못 보고 세게 박은 겁니다. 4중 추돌사고였죠.
출고한 지 한 달도 안 된 차량이었기에 지금도 그때 심장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만약 제가 가해자였고 앞차가 2억짜리 벤츠 GLS였다면? 대물보상 5억으로 설정했다면 문제없었겠지만, 만약 3억으로 낮췄다면 나머지는 제가 부담해야 했을 겁니다.
2024년 기준 국내 수입차 등록대수는 약 56만 대로, 전체 차량의 2.5%를 차지합니다(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길에서 고가 차량을 만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벤츠는 이미 흔해진 지 오래고, 테슬라 모델S, 포르쉐 카이엔 같은 차들이 일상적으로 보이는 시대입니다.
대물·대인 보상을 최대로 설정하는 이유:
- 고가 차량 증가로 사고 시 배상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
- 최대 한도 설정 시 추가 보험료가 연 5만 원 미만으로 매우 저렴함
- 사고 후 개인 파산이나 형사 합의 부담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
자동차상해와 무보험차상해 특약 필수
종합보험 가입 시 반드시 체크해야 할 특약이 두 가지 있습니다. 자동차상해와 무보험차상해담보입니다. 먼저 자동차상해(Automobile Injury Coverage)란 내 차에 탑승한 사람이 사고로 다쳤을 때 보상받는 담보를 말합니다. 보험사에서는 이것과 유사한 '자기신체사고'라는 항목도 함께 제시하는데, 절대 헷갈리시면 안 됩니다.
자기신체사고는 보상 한도가 극히 제한적입니다. 같은 사고여도 자동차상해는 1억까지 보상되는데, 자기신체사고는 3천만 원에서 끝나는 식입니다. 그런데 보험료 차이는 연 2~3만 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건 보험사의 영업 전략이라고밖에 볼 수 없어요. 소비자가 잘 모르는 걸 이용해서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게끔 유도하는 거죠.
무보험차상해담보는 앞서 말한 책임보험 차량과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하는 특약입니다. 제가 피해자인데 상대방이 책임보험만 가입했다면, 상대 보험사로부터 제대로 된 치료비나 위자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때 내가 가입한 무보험차상해담보가 그 부족분을 메워주는 겁니다.
단, 이 특약은 직계가족 중 한 명만 가입하면 됩니다. 직계가족이란 부모, 조부모, 자녀, 배우자를 의미합니다. 형제자매는 직계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가입해야 합니다. 제 경우 아버지가 이미 무보험차상해담보에 가입되어 있어서 저는 따로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보험 계약 당시에는 1만 원도 아까워서 총액을 줄이려고 대물·대인을 소액으로 설정하거나 자기신체사고를 선택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최대치로 설정해놓았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저처럼 출고 한 달 만에 사고를 당해도, 보험 설정이 제대로 되어 있으면 마음의 부담이 훨씬 덜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자동차 종합보험 외에 운전자보험도 추천합니다. 운전자보험(Driver's Insurance)이란 차량사고 외에도 대중교통 이용 중 사고, 보행 중 사고까지 폭넓게 보장하는 개인보험입니다. 월 1만 원 수준으로 연간 12만 원 정도 내는데, 사고 시 20~30만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어서 가성비가 좋습니다. 내가 가해자일 때도, 피해자일 때도, 심지어 버스에서 급제동으로 넘어졌을 때도 보상받을 수 있으니까요.
결국 보험은 '만약'을 대비하는 겁니다. 제가 4중 추돌사고를 겪으면서 느낀 건,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뒤에서 핸드폰 보던 운전자 때문에 제가 피해를 본 것처럼, 내 잘못이 아니어도 사고는 일어납니다. 그래서 보험 설정은 최대한 넉넉하게, 특약은 꼼꼼하게 체크해서 가입하는 게 정답입니다. 연간 몇만 원 아끼려다가 몇천만 원 날릴 수 있으니까요.